대부분의 환자분들이 기억에 남지만, 제 스스로 가장 뿌듯하게 기억하는 환자분이 한 분 있습니다.
당시 마침 교정학 교과서를 다시 공부하고 있었는데, 성장이 끝난 이후에도 턱이 계속 자라거나 교합이 변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치열 문제만이 아니라 전신적인 원인을 확인해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신환분이 내원하셨습니다.
어릴 때 다른 치과에서 교정치료를 받았지만, 20대 후반 이후 갑자기 턱이 더 자라는 것 같고 교합도 점점 틀어지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악교정수술까지 고려해야 할 수 있는 교정 케이스로 보였지만, 환자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교정치료보다 먼저 전신적인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병원에서 내과적인 검사를 받아보시도록 권유했습니다.
이후 실제로 뇌하수체 질환이 발견되어 치료를 받게 되셨고, 나중에 환자분께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물론 교정치료 전후로 얼굴과 미소가 많이 좋아지고, 환자분이 만족해하셨던 경우들도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이 환자분은 조금 다른 의미로 오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만약 제가 그때 교정치료 자체에만 집중했다면, 환자분의 중요한 건강 문제를 놓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 일을 겪으면서 아무리 진료 경험이 쌓여도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환자의 작은 변화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알아보는 힘도, 기본을 꼼꼼히 공부하고 계속 확인하는 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경험에만 기대기보다, 계속 공부하고 한 번 더 확인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